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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여행의 이유

여행의 이유

by 라라 여행작가 2019.08.05

방울방울 땀방울이 얼굴에 흐른다. 조금만 걸어도 뜨거운 태양 아래 뚜벅이 여행자는 걷는 것인지 태양 아래 목적지를 향해 맹렬히 도망가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올해는 작년보다 더위가 늦게 온 감이 있지만 역시 여름은 또 더워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 우리집에 찾아오는 여행자들도 렌터카를 빌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걷거나, 빌린 오토바이로 다니는 여행자들로 나뉜다.
우리는 왜 떠나는 것일까? 휴가철이 다가오며 분주한 사람들의 여행 계획 속에 제각각 다른 여행의 이유가 숨어 있다. 최근 우리집에 온 손님 중에 캐나다에서 온 세계 여행자는 캐나다-발리-중국-제주-서울-도쿄-베트남의 일정 속에서 제주에 찾아와 여행을 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들은 이제 막 아시아 여행을 시작한 풋풋한 배낭여행자들이었다. 인생에 있어 보다 더 깊은 경험을 위해 가방을 꾸렸다는 그들은 생소한 아시아의 문화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여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선택해서 먹는 제주 음식들은 나조차도 생소해서 꽤나 흥미로웠다.
또 서울에서 내려온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손님은 오롯이 별을 보기 위해 제주에 온다고 했다.
그녀는 예약할 때부터 내게 진지하게 질문했다. 내가 사는 마을에 별을 잘 보이는지를. 누군가는 모 호텔 스시 주방장이 제주에서 셰프의 이름을 걸고 오픈한 가게를 방문해 셰프의 스시를 먹기 위해 제주에 온다. 인생 버킷 리스트라는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에메랄드 바다에서 카약을 타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후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떠나온 이도 있었다. 해외 대신 부담 없는 국내의 제주로 여행해보기 위해, 또 누군가는 우리집에 찾아와 나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제각각 여행의 이유를 찾아 떠나고 떠나간다. 이따금 내가 사는 하귀가 아니라 낯선 동쪽의 풍경 속에서 하루를 지내다 오고 싶어 나는 종종 구좌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고 그곳의 풍경을 느낀다는 것은 부드럽게 우리의 에너지를 다잡아주는 일이다. 매일 뜨는 태양이, 귓가를 가르는 바람이, 초록의 나무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이 얼마나 우리의 인생에 푸른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는지 그건 아마도 떠나본 사람들을 잘 알 것이다.
익숙한 것에서 잠시 떠나 낯선 풍경과 내 것이 아닌 침구류에 몸을 뉘우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어쩌면 다 알고 있는 그 느낌일지라도 우리는 새로운 것에 뜨거운 갈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휴가가 끝나고 돌아간 나의 보금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상적인 생활들은 분명 활력소가 되어 육체와 정신이 의식적인 변혁에 목표 달성을 이룬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제주의 여름 휴가철, 많은 사람들의 스토리를 가지고 이 섬의 여름밤은 푸르게 반짝인다.

여행작가, 라라
(애월에서 소규모숙소<달빛창가302호>를 운영, 여행서 <연애하듯 여행>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