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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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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만나는 이색적인 맛 , ‘바그다드’

제주에서 만나는 이색적인 맛 , ‘바그다드’

by 김예나 2008.07.31

골목 탐험을 좋아하는 나는 날을 잡아 제주시내 골목을 탐험하고 있었다. 길가에 널려있는 체인점 레스토랑의 기성복같은 똑같은 맛보다는 골목에 있는 아기자기한 식당들의 오밀 조밀한 맛을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골목길을 걸으면서 조그마한 재래시장에 마실 나온 아주머니들의 입담도 들어가면서, 창문 밖을 넌지시 내다보는 할망들의 고즈넉함을 느껴보면서, 심심했던 개들이 낯선 이방인을 보고 왕왕 짖어댐에 시달리며 짜증도 내면서 길을 걸었다. 좀 걸었을까 어느새 사람들로 분주한 왁자지껄한 골목에 당도했다.

이 골목은 제주보다는 서울의 강남 뒷골목쯤에 왔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서울 토박이인 나는 이런 도회적인 느낌에 지칠 대로 지쳐있어 비록 이 골목에 식당이 즐비하기는 했으나, 대충 흝으면서 빨리 지나갔다.
이런 곳에 있는 식당들은 육지 생활을 동경하는 제주인들을 위한 도시 풍의 음식이겠지, 그래서 맛도 뻔하겠지 하면서 말이다.
이 거리에 즐비한 식당들은 대부분 나의 이런 선입견을 충족시키듯이 별 특색 없이 보였다.
하지만 이런 골목에서도 낚을 것이 있었던지, 금발 머리의 외국인 손님들로 가득 찬 한 카페인지 식당인지를 발견했다. 그들은 야외 파티오에서 좀 늦은 점심 식사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저 노란 머리들이 이 골목의 식당은 어떻게 알았을까?

노란 머리의 손님들로 붐비는 이 식당은 이름도 특이한 ‘바그다드’,
뭐? 혹시 이라크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인가? 이라크의 음식을 맛볼만한 곳은 서울에도 없는 것으로 아는데, 비행기타고 이라크 전쟁지역에 가지 않는 이상...
호기심 여왕인 나는, 대어를 낚은 듯 기대를 안고 식당 안을 기웃거렸다.
뭐라 그럴까 제주에서 접하는 이국적인 느낌....
이 식당의 종업원들은 모두 알 마자하드나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검게 그을린 피부에 굵은 눈썹을 가진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오호 신기해라,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파티오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아 알 마자하드가 이름 일 것 같은 종업원이 가져다 준 메뉴판 검색에 들어갔다. 그런데 탄두리 치킨에다, 커리가 대부분의 메뉴...혹시 이라크에서도 커리를 즐겨 먹나? 궁금증에 그 종업원에게 물었다. 식당 이름만 바그다드 일뿐 인도 음식점 이라고. 종업원들은 대부분 인도와 네팔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살짝 실망했지만, 이 이방인 손님들이 즐비한 것으로 보아 맛을 안보고는 지나칠 수 없었다. 종업원인 Sobo에게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Sobo는 주로 손님들이 코스 요리를 주문하나 코스요리는 2인 이상에 해당되므로 대표 메뉴인 커리 중에서 고르면 된다고 했다.

커리는 모두 맛이 있단다. 그래서 나는 제일 특이할 것 같은 양고기 커리 ‘라즈와리 고스트’와 ‘양파로 구워낸 난(탄두에서 구워 낸 인도식 전통 빵)’ 그리고 나의 favorite 맥주인 산 미구엘을 주문했다.
주문한 다른 음식들은 맛보면 그 맛을 알게 되겠지만, 산 미구엘의 맛을 이미 아는 나는 산 미구엘을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해도 기분이 고조되었다. 제주에서 산 미구엘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소보는 ‘산 미구엘을 먼저 드릴까요?’ 하더니, 산 미구엘을 가져왔다.
시원한 산 미구엘의 혀끝을 녹이는 감촉과 뇌를 달콤하게 만드는 기분에 취하여 있을 때쯤 드디어 난과 커리가 나왔다. 그런데 라즈와리 고스트는 생각보다 간소했다.
이것 먹고 배부를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면서 따뜻하고 바삭한 난을 커리에 찍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빨간색 육개장 색깔이 나는 커리는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우리에게 익숙한 노란색 커리의 맛이 아닌 칠리와 토마토 향으로 입안을 가득 메웠다.
입안에 질겅질겅 ○○○히는 양고기는 칠리와 토마토의 양념이 잘 베어 들어간, 고추 양념 장조림같은 맛이었다.
한국식 커리라고나 할까? 이 맵고도 알싸한 맛이 산 미구엘의 깔끔한 맛과 어우러져 황홀감을 줬다. 결국은 접시의 바닥이 보일때까지 난을 묻혀서 라즈와리 고스트를 깨끗이 해치웠다.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이 작은 커리가 뱃속을 가득 채워 마치 애피타이저에, 디저트까지 먹은 포만감을 느끼게 했다.
혼자 방문한 까닭에 코스 요리를 먹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제주에서 느낀 이색적인 맛과 느낌은 정말 특이 했다.
아마 이 식당이 바다에 위치해 제주 밤바다를 바라보며 이색적인 맛과 분위기를 즐겼더라면 아마 동남아시아의 아름다운 휴양지에 온 착각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가는 길: 제주 시청 석현슈퍼에서 안으로 두 블록 들어간 후 남쪽(한라산 방면으로 약 30M 앞)
위치: 제주시 이도2동 1188-16번지
연락처 : 064) 757-8182
대표 메뉴: 바그다드 코스 요리( 2인 기준, 40,000원)
- Samosa(2pieces, 인도식만두)
- 인도식 Fruit Salad
- 치킨과 머쉬룸 수프
- 난(탄두에서 구워낸 인도식 전통 빵)
- 차왈(흰쌀밥)
- Special Lassi(인도식 요구르트)
- 탄두리 치킨
- 커리
커리
-알루 고비(토마토 소스에 브로콜리와 감자를 넣은 커리) 9,000원
-달 마크니 (검정 렌즈 콩을 주축으로 독특한 허브를 첨가한 곡기가 있는 커리)
9,000원
-팔락 파니르(신선한 시금치와 커티지 치즈로 만든 시금치 커리) 10,000원
- 치킨 마크니(신선한 토마토, 크림 그리고 허브로 만든 치킨 커리) 10,000원
- 라즈와리고스트(그린 허브에 재운 부드러운 양고기 살을 살짝 끓여 팬에 잘 구운 양고기 커리) 11,000원
바비큐
- 탄투리 치킨(인도의 전통 향신료에 하룻밤을 재운 치킨을 탄두에 구워낸 인도 의 대표적인 바비큐) 15,000원
- 치킨 탄두리 케밥(치즈, 크림, 연한 향신료로 절여 참숯에 구운 닭다리 바비 큐)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