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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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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를 닮은 신선하고 푸짐한 생선회 한 상

제주 바다를 닮은 신선하고 푸짐한 생선회 한 상

by 제주 교차로 2010.12.27

제주 바다를 닮은 신선하고 푸짐한 생선회 한 상,
‘서귀포청정횟집’
여섯 시간에 걸친 지옥의(?) 올레 제 7코스 완주 후, 엄마 찾아 길 떠난 마르코 마냥 땅 설고 물 선 서귀포 시내를 이리 저리 헤맨 끝에 당도한 서귀포 청정 횟집. 솔직히 뻐~어얼건색의 간판을 처음 접한 순간, 나를 포함한 식객여행단 다섯 명 모두 ‘심신이 지칠 때로 지쳐 힘들지만 다른 식당도 좀 더 알아볼까? 라는 암묵적 의견교환을 잠시 나누긴 했다. 그러나 가게 앞에 떡 하니 위치한 큼지막한 수족관 속에서 목도한 미터 급의 괴 생명체! 파도의 제왕이자 바다의 폭군이라 불리는 ‘부시리’의 그 당찬 몸집을 본 순간 이미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어느새 가게 안으로 향했다. 그렇다! 가게 이름? 디자인? 메뉴? 그런 건 다 필요 없다. 달랑 컵라면 하나로 올레를 종주한 헐벗고 굶주린 자들에겐 말이다. ㅜㅜ
종업원이 안내한 방에 대충 앉은 다음 메뉴판을 훑어보니 다양한 메뉴가 눈에 들어온다. 황돔, 참돔, 벵에돔, 우럭...참 이름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귀여운 녀석들 같으니라구. 어떤 메뉴를 먹어야 잘 먹었다고 안드로메다까지 소문날지 이리 저리 고민했지만 역시 정답은 모둠!!!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모든 생선을 맛볼 수 있는 모둠이야 말로 대한민국 오천년 음식문화의 꽃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카스트로 마냥 횟감계의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사우론 사시미 광어와 우리를 가게 안으로 인도한 부시리를 모둠메뉴로 맛 볼 수 있다 하니 이 아니 기쁘지 않을 쏘냐~ㅋㅋ
메뉴를 주문하고 5분여 가량 기다리자 곧 우리의 주린 배를 살포시 감싸줄 긍휼한 밑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졌다.
새콤한 맛이 일품인 회 무침과 깔끔한 백김치, 난생 처음 먹어보는 백조기 회, 성게 알로 맛을 낸 삶은 소라와 문어, 하얀색 속살을 수줍게 들어낸 새우 오도리 등 제주의 바다를 잔뜩 머금은 온갖 해산물들이 ‘날 잡숴주세요’ 라며 수줍게 차려 앉은 모습, 아니 자태는 그야 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귀여운 녀석들의 맛은 또 어찌나 훌륭하던지...
막장에 찍어먹는 백조기는 그 옛날 코찔찔이 초딩 시절, 샘표 진간장과 함께 밥에 비벼먹던 오뚜기 마가린(?)을 연상 시키듯 부드럽기가 천상의 음식 같았고 싱싱한 새우 오도리는 어느새 입 속에서 뽀드득 뽀드득 ○○○히며 바다의 기운을 온몸으로 실어 날랐다.
탱글탱글 여문 모양새가 절로 군침을 삼키게 하는 석화와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왕건이 키조개, 꼬들꼬들 전복과 소라 역시 최고! 참고로 어릴 적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껌 좀 ○○○었다는 24K 순금 누님은 회를 먹는 동안 연신 ‘내가 이 맛을 못 잊어가 제주를 다시 찾았다는 거 아잉교. 자갈치나 해운대가 있는 부산도 바닷가로 유명하지만서도 이런 회는 쉬 구경 몬 해!’ 라며 진심어린 탄성을 내질렀다.
밑반찬이 이정도 일진데 본 메뉴인 생선 모둠회는 어떻겠는가? 광어의 그 쫀득쫀득한 육질과 시원하기까지 한 부시리의 감칠맛!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찾은 횟집에서 이런 성스런 맛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니... 왜 제주가 회의 고장이라 불리는 것인지, 그리고 왜 제주의 회가 유명한지를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알럽 제주! 알럽 부시리! 알럽 광어!
하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회를 다 먹고 난 후 테이블에 서빙된 옥돔구이와 볶음밥은 나름 맛있었으나 회의 모자람을 단박에 채워주는 매운탕이 2% 아쉬웠다는 것. 재료 한 가지가 빠진 것 같은 맛이랄까 아님 생선 특유의 깊은 맛을 충분히 이끌어 내지 못한 것 같달 까? 암튼 화룡점정의 임무를 부여받은 매운탕이 마치 비비크림을 바르지 않은 순금누님의 쌩얼 마냥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은 이날 식객여행의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 입맛을 확실하게 잡아준 맛깔스런 밑반찬들과 싱싱한 해산물 덕에 서귀포청정횟집은 비교적 좋은 맛과 좋은 기억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런... 촬영한 사진을 보며 기사를 쓰고 있자니 또 싱싱한 회가 생각나네...다음 주에 서귀포나 또 한 번 가볼까 나?
앞으로 쾌남 써비의 유쾌하고 즐거운 맛 기행은 계속됩니다. 쭈욱~

▲서귀포 청정횟집 ☎763-8292~3

/ 임영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