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을 말린 시래기는 매우 흔한 식재료이지만 제주에서 시래기를 재료로 훌륭한 맛을 내는 식당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기에 ‘죽성고을’의 방문은 매우 반갑다.

죽성고을은 오등동의 인적이 드문 한적한 도로에 위치하고 있지만 식사시간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때에 따라서 줄을 설 각오도 해야 한다. 특히 이곳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로 가득해 ‘도민맛집’으로 손색이 없는 듯 하다.

죽성고을에서는 돌솥을 기본으로 한 영양돌솥밥, 시래기 돌솥밥이 제공되지만 시래기 돌솥밥이 대표 메뉴이다. 손님이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은 이상 인원수에 맞춰서 시래기 돌솥밥을 제공할 정도로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시래기는 반찬으로 양념을 무쳐 먹거나 국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에서는 돌솥밥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돌솥밥이 익어가는 동안 먼저 차려지는 반찬들은 눈으로만 보아도 갓 만들어 담아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일명 ‘전라도식’의 맛깔 나는 반찬을 맛볼 수 있다. 10여 가지의 반찬이 함께 제공(매일 달라질 수 있음)되며, 어느 반찬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가 맛있다. 구색 위주가 아닌 모든 반찬들이 손맛 좋은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된 반찬들임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 반찬들이 육류가 최소화된 해조류, 간장게장, 나물 위주이지만 반찬들이 모두 맛있기 때문에 육류를 즐기는 사람들도 매우 만족스러운 한 끼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돌솥에 갓 지어 나오는 따뜻한 밥은 김을 폴폴 풍기며 시래기의 고소한 향을 코로 먼저 전달해 입맛을 돋운다.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밥을 살살 퍼낸 후 돌솥이 식기 전에 뜨거운 물을 미리 부어놓은 뒤 본격적으로 시래기 돌솥밥을 음미할 수 있다.

밥과 함께 한김 더 삶아진 시래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식감이 밥과 매우 어울린다. 함께 제공되는 된장이나 간장을 듬뿍 넣어 비벼 먹으면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야들야들한 시래기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가 잘 되는 야채이기 때문에 섭취에 부담감이 없고, 죽성고을의 모든 음식들이 슴슴하고 담백해 과식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돌솥에 부어놓은 숭늉은 훌륭한 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일반 돌솥밥보다 시래기의 잔향 덕분에 더욱 구수한 맛이 난다.

죽성고을의 한끼는 매우 푸짐한 밥상이지만 건강하다. 기름지고 가공된 음식들 속에서 오염된 입맛을 한번쯤 정화시키고 싶다면 죽성고을에서의 한끼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죽성고을 Tel) 722-9693
주소 제주 제주시 한북로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