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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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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을 상상하든 맛있는 '앞뱅디식당'

그 무엇을 상상하든 맛있는 '앞뱅디식당'

by 이연서 기자 2017.08.29

*이 리뷰는 30년 이상 육지에서 살다온 기자가 향토요리를 처음 경험한 입맛으로 작성됐습니다.

마을 앞 넓고 평평한 땅을 뜻하는 ‘앞뱅디’라는 이름을 가진 제주시 연동의 ‘앞뱅디 식당’은 이름부터 시작해 메뉴까지 누군가에게는 낯선 풍경일 수 있다. ‘각재기국’, ‘멜국’, ‘각재기조림’, ‘멜조림’, ‘멜튀김’은 제주에서는 매우 흔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지는 메뉴들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요리이며, 겉모습으로 하여금 비주얼 쇼크를 경험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면에 등장한다는 것은 ‘맛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충분한 곳임을 충분히 검증했기에 강력 추천한다. 식당 이름부터 메뉴 이름, 조리법까지 완전한 제주 향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앞뱅디 식당의 음식들은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맛있는 곳이었다.
이곳의 가장 대표적인 재료인 두 가지 생선 전갱이(각재기)와 멸치(멜)는 조리법도 특별하다.
비린 생선의 대명사 ‘멸치’도 이곳에서는 귀하디귀한 대접을 받는다. 제주에서 나는 큰 생멸치를 국이나 조림, 튀김으로까지 맛볼 수 있다.

특히 육지에서 온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는 멸치는 생선살 자체의 맛보다는 국물을 내거나, 젓갈로 쓰이거나 잔멸치를 말려 볶음이나 조림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이런 조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선하고도 육지에서 보기 힘든 큰 멸치가 제주에서는 흔하게 잡을 수 있어서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검지만한 커다란 멸치의 머리를 제거하고 달큰한 양념으로 조려낸 멜조림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뼈를 발라야 한다는 걱정에 조금 난감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속는 셈치고 한입에 넣어보길 바란다. 물론 통째로 씹었을 때 뼈가 느껴지지만 발라먹는 것보다 뼈째 먹어야 고소하다. 그만큼 뼈가 씹기에 거슬리지 않는다.

양파와 파 등의 야채와 함께 조린 달짝지근한 빨간 양념 맛은 적당하게 단짠(달고 짠 맛)이라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함께 나오는 쌈배추에 강된장을 곁들여 싸먹어도 고소한 멸치를 더욱 감칠맛 나게 맛볼 수 있다.

전갱이가 통째로 들어간 각재기국은 또 어떤가.
생선의 뼈나 머리로 국물을 낸 지리의 형태가 아닌, 토막낸 생선이 통째로 들어간 맑은 국이다. 국물로 끓여내지만 단단한 각재기의 살 때문인지 생선의 살이 전혀 풀어지지 않고 탄력이 넘친다. 국물에 풀어지지 않은 탱탱한 생선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쌈배추와 함께 맛보아도 전갱이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각재기국은 된장을 푼 육수에 배추가 가득 들어가 있으며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개운하다. 매운탕처럼 얼큰한 양념으로 비린내를 가리거나 ‘반칙’을 쓰지 않는다. 국물을 한입 떠먹으면 그 개운함에 저절로 탄성이 터진다. 원재료를 살려낸 시원한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단점을 굳이 찾아내자면 국은 식을수록 비린내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니, 식기 전에 그릇을 비우길 권한다.
무엇보다 앞뱅디식당 메뉴들의 놀라운 점은 먹는 동안에는 비린내 자유구역으로 지정해도 될 만큼 비리지 않다는 것이다.
도전 레벨로 따지면 난이도가 높은 음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낯설음을 즐길 줄 아는 미식가라면 반할만한 맛이다.

(각재기국 7,000원/멜국 7,000원/멜조림15,000/각재기조림 20,000/멜튀김 15,000원)

앞뱅디식당 TEL)744-7942
제주 제주시 선덕로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