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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구 완소식품, 추억으로 떠나는 색다른 맛 여행

문방구 완소식품, 추억으로 떠나는 색다른 맛 여행

by 하루이야기 2008.07.31

집에서는 말 잘 듣고 귀여운 아들로, 학교에서는 받아쓰기에서 곧잘 백점을 받곤 했던 착한 어린이로 나름 괜찮은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애니메이션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든다.
독수리, 콘돌, 백조, 부엉이, 제비 등 5명의 용사들이 알렉터를 필두로 한 악의무리와 맞서 싸우던 ‘독수리 오형제(과학닌자 갓차맨)’의 활약상은 어린 내게 꿈과 모험심을 심어줬고 SF판타지소년로망활극 ‘미래소년 코난’은 한때나마 무위자연적 생활에 대한 열망을 꿈꾸게 했다.
또‘우주선장 율리시즈’는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했으며 일요일 아침을 눈물바다로 만든 ‘엄마 찾아 삼만리’는 효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오메가 미사일 때문에 반드시 3분 안에 합체를 풀어야 했던 ‘메칸더 브이’는 효용에 따른 참된 시간의 가치를 깨닫게 했다(뭔 소리여 이거-.-;).
이처럼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내 여리디 여렸던 감성을 살찌우며 어릴 적 추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군것질에 목말랐던 내 유년시절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학교 앞 문방구에서 만날 수 있었던 다양한 완소식품들!
(어린 시절 환상적인 맛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었던 문방구 식품들은 필자에게 있어 불량식품이 아닌 완소식품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기름에 튀긴 사각의 쥐포와 밀가루 99% 소시지 1%의 핫도그, 입에서 살살 녹는 달고나(일명 ‘떼기’), 여름철 하교 길의 필수 아이템이었던 꽁꽁 얼린 조아스, 연탄불에 구워먹으면 그 맛이 더욱 배가됐던 쫀드기 까지.... 생각만 해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여온다. 그래서 ‘입신’ 이라는 부담스런 나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제주시 중앙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문방구로 고고씽!

허리께밖에 안 되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옛 기억을 되짚어가며 완소식품들을 구입했고 과다 함유된 색소걱정에 다소 건강이 염려됐지만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나름 즐거운 시식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중 강한 인상을 남겼던 몇 몇 완소식품에 대한 맛 평가를 내렸다.
뭐 그래봐야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 의한 판단이지만 완소식품에 대한 맛 평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껏 유래를 찾아볼 수없었던 일이기에 분명 재미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그럼 지금부터 세계최초 완소식품에 대한 맛 평가를 시작한다.
Ready GO!
※문구점이라는 단어보다 문방구가 완소식품과 더 잘 어울리기에 일부러 사용했음.

1.입속에서 투다닥(콜라맛)

△ 제조회사: JINJIANG FUYUAN FOODSTUFF CO.LTD/ 사탕류
어린 시절 입속에 털어 넣으면 톡톡하고 튀곤 했던 ‘톡톡이’의 아류작으로 그 당시 먹었던 ‘톡톡이’ 보다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 맛은 다소 밍밍하고 톡톡거리는 특유의 식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98% 부족한 맛이랄까? 제조회사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흡사 광포한 사자마냥 입천장을 뚫고 솟아오를 것 같았던 ‘톡톡이’의 그 맹렬한 움직임이 그리워진다.
평점 ★

2. 새콤달콤 왕셔요~! 짱
△ 제조회사: 선미식품/ 사탕류
포장재질의 캐릭터들이 신맛으로 다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어 나름 기대했던 완소식품이다. 하지만 역시 과한 기대는 실망을 불러오는 법. 일단 맛은 달콤하니 나름 괜찮지만 이름처럼 ‘왕 셔요’ 는 아니고 그냥 ‘조금 셔요’ 정도다. 굳이 비교하자면 덜 익은 노지감귤을 먹었을 때와 비슷 하달까. 앞서 소개한 투다닥 보다는 괜찮지만 역시 선미식품 사장의 얼굴에 하이 킥을 먹이고 싶다.
평점 ★☆

3. 달고나
△ 제조회사: 보광제과/ 사탕류
다음으로 맛 본 음식은 일명 ‘떼기’로 더 유명한 달고나. 어릴 적 달고나를 만든답시고 태워먹은 국자가 한 박스는 족히 될 정도로 당시 필자의 최고 간식이었다. 특히 각종 모양이 새겨진 달고나를 소량의 침과 바늘을 이용해 떼어내면 보너스로 하나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침착치 못한 성격 탓에 ‘하나 더 보너스’ 를 받는 몇몇 ‘천재’ 들을 그저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보곤 했었다.
10여년의 세월이 지나 현재 초등학교 문방구에서 볼 수 있는 달고나는 즉석으로 제조했던 당시와는 달리 개별적으로 포장된 상태로 판매되고 있는데 크기가 작아진 대신 두께가 월등히 커졌다. 맛은 예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고 약간의 커피맛과 쓴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진다. 'Tasters 달고나' 랄까? 뭐 아무튼 사와이 메이의 영상물 마냥 이름값을 하는 맛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사와이 메이는 활동을 안 하나....흠 궁금하네
평점: ★★★★
4. NEW 모두랑
△ 제조회사: 하니월드/ 제리
젤리가 아니다 ‘제리’ 다. ‘내쇼날 푸라스틱’ 마냥 이름에서부터 80년대 분위기가 폴폴전해진다. 투명 고무빨대에 초록과 빨간색 젤리를 채워 넣은 외양은 언뜻 보기에도 맛있어 보인다. 앞 이 사이에 빨대를 끼우고 주욱 당기자 생각보다 어렵게 젤리가 빠져나오며 색소 2만%의 맛을 온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한다. 새콤달콤한 맛과 물컹대는 식감이 단연 일품! 마치 노무라 입깃 해파리를 빨간색 포스터물감이 첨가된 100% 레몬 원액에 듬뿍 찍어 날로 먹는 맛이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건강이 걱정된다.
평점:★★★☆

5. 3색맛 쫀듸기/ 옥수수맛 쫄쫄이
△ 제조회사: 신흥식품/ 스낵과자류
무려 40년 전통의 신흥식품이 만든 쫀듸기. 도대체 이건 언제 적 맞춤법이지...1·4 후퇴 때인가? 암튼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먹었던 탓에 가장 기대했던 완소식품이다.
무지개를 형상화한 3색이 아름답게 수놓인 쫀듸기는 역시 맛에 있어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소복하게 쌓인 눈 마냥 쫀띄기 위에 내린 설탕은 강한 단맛으로 식욕을 자극하고 딱히 단정 지을 수 없는 쫀듸기의 깊은 맛은 흡사 샥스핀을 먹고 있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미친....). 반대로 옥수수맛 쫄쫄이는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데 특히 포장지에도 표기된 것처럼 구워먹으면 그 맛이 더욱 배가된다.
쫀듸기를 먹으며 가만히 눈을 감고 있자니 저 멀리 광활하게 펼쳐진 옥수수 밭이 떠오른다. 싱그러운 햇살을 가득 머금은 노란색의 옥수수 알갱이들과 열심히 추수하는 사람들...그리고 바다 빛을 머금을 푸르른 하늘에는 커다란 헬리콥터가 비행한다. 곧이어 헬리콥터에서 옥수수 밭으로 떨어지는 각종 농약과 색소들...아~ 진정한 맛의 고향이로다~
평점: ★★★★

6. 우주별 GOLD 비타민 바이오
△ 제조회사: 미상/ 사탕류
유년시절에도 그랬거니와 성인이 된 지금도 필자는 이런 사탕종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양만 많을 뿐이지 별 맛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단 몇 개만 먹어도 금방 질리기 때문이다.
혹 세월이 흐른 만큼 맛에 있어서 뭔가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먹어봤지만 역시나다. 약간의 신맛과 단맛을 배합한 분말가루를 별모양으로 뭉친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군가 우주별 GOLD 비타민 바이오를 먹을래 아님 ‘롤링 발칸’이나 ‘브레스트 화이어’를 한방 맞을래 라고 물어본다면 지체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 뭐 앞서 얘기했듯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평점: ☆
7. 금메달 초콜릿△ 제조회사: 미상/ 초콜릿류
이게 아직까지 판매되고 있을 줄이야~ 필자의 초등학생 시절, 금박과 은박의 두 가지 종류로 판매됐던 그 메달 초콜릿을 다시 만났다.
휘황찬란한 금빛 자태는 순금 닷 냥에 버금가는 위용을 자랑하고 모난 곳 하나 없이 절대적인 원형을 이루고 있는 외양은 마치 인류의 공존과 평화를 타나내고 있는 듯하다. 초콜릿 맛 역시 시중에서 판매되는 메이저회사의 그것들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진한 부드러움과 감미로움을 선사한다.
‘금메달 초콜릿과 함께라면 고독마저 감미롭다 랄까?’
암튼 오랜만에 조우한 친구마냥 정겹고 반가운 완소식품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무조건 별 다섯 개다.
평점: ★★★★★
쥐포
쥐포
8. 쥐포 구이△ 제조회사: 미상
요것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비록 사각형이던 모양이 긴 타원형으로 변하긴 했지만 기름에 튀겼을 때 노릇노릇하게 변하는 색 만큼은 여전히 그대로다.
바삭하게 튀겨진 쥐포위에 갈지자로 케첩을 뿌려 한 입 베어 물자 고소한 맛과 함께 케첩의 단맛이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썩어도 준치라고 10여년이 흘러 성인이 됐음에도 튀긴 쥐포를 맛보자 나도 모르게 무릎이 털썩 꺾이고 만다.
‘그 어느 고기가 이보다 바삭할까. 그 어느 고기가 이보다 맛있을까. 쥐포, 너는 정녕 영원히 죽지 않는 완소식품계의 ‘임모탈’ 이로구나‘ 순간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래 바다다! 바다가 보인다! 거친 물결을 거스르며 바다 속을 유영하는 쥐치의 몸짓, 그 감동적인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구나’
평점: ★★★★★

- 쥐포에 바치는 獻詩 -

제목: 청쥐포

문방구의 칠월은 쥐포가 익어가는 시절,
완소식품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있던 케첩이 쥐포위에 박혀,
하늘 및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활기에 가득 찬 쥐치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쥐포는 노르스름한 옷을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쥐포를 먹으면 두 손인 케첩 범벅이 되도 좋으련
아이야 문방구 앞 쥐포 판매대에 하이얀 두루마리 화장지를 마련해 두렴....

蛇足. 너무나 유명한 ‘아폴로’를 맛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프랑스 王家를 보호하던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처럼 하얀색, 노란색, 코코아색의 세 종류로 판매되며 문방구식품계를 지켰던 전설의 ‘아폴로.’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