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드나드는 수많은 관광객들만큼이나 그들에게 제주의 맛을 알리고자 생겨난 토속 음식점들도 참 많다.
각 지방마다 음식 문화가 조금씩 다르듯 그 지역을 대표하는 토속 음식도 천차만별.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 가서 설렘을 안고 그 곳의 음식을 맛보는 것은 여행이 내려준(?)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출출한 배를 달래줄 오늘의 만찬은 바로 제주도 토속 음식의 하나인 ‘각재기국’.
제주를 처음 찾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도민들에게도 조금은 생소할지 모를 별미 ‘각재기국’을 통해
이 곳 특유의 전통과 토속을 ‘구수한 맛’으로 선사하고 있는 제주시 일도2동 돌하르방 식당을 소개한다.

맛있는 집이 있다는 소릴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나는 ‘맛집 탐방 고기자’. 우연히 “각재기국 잘하는데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선 서둘러 차를 돌렸다.

허나 맛있는 집일수록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다던가... 각재기국 맛집을 찾아가는 여정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평소 사진이 취미이기에 도내 구석구석 지리는 잘 안다고 생각했던 기자였다. 하지만 미로에 머문 것처럼 헤메기를 반복하다 선택한 마지막 방법, 모르면 물어가라. 결국 한참 뒤 전화를 해서 어렵사리 가게에 도착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유명세에 비해 돌하르방 식당의 첫 느낌은 조금 허름하고 덕분에 꾸며지지 않은 소박함까지 물씬 전해졌다. 개인적으로 호감도 급상승. 일순간 음식이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 장사가 잘되기 시작한 곳은, 이후 식당을 넓히는 거에 연연해 예전의 음식 맛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여럿 봐 온 터다. 때문에 가도 가도 늘 그대로일 것 같은 이런 수수한 느낌을 더 좋아한다.

아침과 점심의 사이에서 애매하게 고민하던 오전 10시, 하지만 그 시간에도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겨우 두 명의 일행이 앉을만한 자리에 기대 서, 상상속의 그 맛을 그려보고 있는 동안 뜨거운 뚝배기그릇에 펄펄 끓고 있는 각재기국과 기자가 좋아하는 고등어조림, 기타 밑반찬들이 하나 둘 펼쳐졌다.

푸릇푸릇 신선한 배추와 함께 찐~한 향기를 동반한 국물이 가장 먼저 후각을 자극한 탓에 자동반사적으로 쭉 하고 국물부터 들이켰다. 시원하고 진한 국물, 역시나 끝내주는 맛이었다. 마치 갈치국 비슷한 맛이라고나 할까?

그 다음에는 새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 각재기 살을 입에 넣었다. 살살 녹아내리며 ○○○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보통 생선국들의 특징 중에 하나로 비린 맛이 강하기 때문에 비위가 약한 분들은 잘 드시질 못하는데 각재기국은 전혀 비리지 않고 깔끔한 뒷맛과 뭔가 깊은 맛이 겹쳐졌다.

밥과 고등어조림 그리고 정말 맛있던 김치와 함께 식사를 했다. 국물 한 수저에 떠밀려오는 아삭아삭 배추 ○○○히는 맛도 재미를 더해주었다.

타지방 사람들은 각재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있는데 제주도에서는 흔히들 부르는 ‘전갱이’를‘각재기’라 한다. 각재기는 술 마신 다음날 해장에도 좋고 시원한 생선 국물이 그리울 때 잘 맞는 재료다. 제주에 놀러오는 지인이 있으면 돌하르방 각재기국을 꼭 추천하고 싶다.

각재기국을 찾아 떠나는 초행길, 기자처럼 헤매지 않기 위해 우선 메모하자. 제주시 인제사거리에서 구)소방서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다나 산부인과가 보인다. 그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돌하르방 식당이 보인다. 낯선 제주의 문화까지도 사랑하게 만드는 이색적인 제주의 맛,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변하지 않는 맛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돌하르방 식당 752-7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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