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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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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꽃게 한 마리가 얼큰한 짬뽕 바다 속에 풍덩

시원한 꽃게 한 마리가 얼큰한 짬뽕 바다 속에 풍덩

by 김예나 2008.10.07


덕성원 꽃게 짬뽕
여름 내내 나를 보러온 서울 관광객들 챙기느라 서울에서 열리는 심리학 워크샵 쫓아다니느라 맛 집 취재할 겨를이 없던 나는, 관광객들을 보내자마자 제대로 쉴 겨를도 없이 맛집 취재에 나섰다.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나 익숙한 제주시보다는 익숙지 않아서 여행자 같은 느낌이 드는 서귀포시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이른바 여행생활자가 된 느낌으로 서귀포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탈 때 날씨가 꾸물꾸물해서 비가 내리는지 그냥 어둑어둑한지 가늠이 가지 않던 제주시의 날씨와는 정반대로 서귀포는 완전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다. 그냥 바다 속에 몸을 던지고 싶은 날씨다. 맛 집 취재가 아니었다면 벌써 바다 속에 풍덩해서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을 텐데...

서귀포시내에 들어가기 전에 있는 중문동이라는 동네, 마을 어귀에서부터 중국집이 즐비하다. 무슨 중국집 특화 단지 인 것 같다. 왠지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서귀포에서 음미하려던 꽃게 짬뽕이 여기에도 있다. 음식점 이름도 같다. 무슨 연유인가 하고 버스에서 대뜸 내려버렸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물어보니, 서귀포에 있는 덕성원은 화교인 아버지와 큰아들이 운영하고, 이곳은 둘째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초가을의 때 늦은 더위와 어울릴 법한 이 집 대표 메뉴, 꽃게 짬뽕을 시켰다. 식당 안은 가족 손님들로 북적인다. 혼자 온 나는 살짝 뻘 줌 했으나 이것인 여행자가 누리는 고독이라는 특권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살짝 미소를 띄어본다.

기다리기를 15분여...드디어 꽃게 짬뽕이 나왔다. 모양새가 해질 무렵 노을빛이 물든 적 빛 바다에 꽃게가 한 마리가 풍덩 한 모습이다. 완전히 나의 심정을 그대로 투사한 음식 작품이다. 주방장이 손님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촉’이 발달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미각을 위해 살신성인한 이 예쁜 꽃게에게 경의를 표하며 시식에 들어갔다.
쫄깃한 면에 시원한 국물을 후루룩...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꽃게가 낼 수 있는, 짬뽕이 낼 수 있는 최고의 맛 인 것 같다. 꽃게 짬뽕을 먹지 않은 이상 짬뽕을 먹어봤다고 논하지 말지어다. 손님들 주문받느라 바쁜 종업원들 좀 불친절해 보이나 - 기자는 맛이 좋아도 직원들이 불친절하면 기사를 쓰지 않는다- 감동어린 맛에 직원들한테 느꼈던 쌀쌀한 마음이 살짝 누그러진다.
그냥 이 꽃게 짬뽕 외에 다른 생각은 않는다. 몇 년을 명상 수련해도 어려운 無念의 경지가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이렇게 올곧게 하나에만 집중하기는 처음이다.
게살을 하나하나 다 발라가며 30분 넘게 식사를 했다.
이 꽃게 짬뽕에 들어간 재료는 매우 단순하다. 짬봉 면, 꽃게 한 마리, 그리고 양파 등...이 삼박자가 어울려 내는 맛이 기가 막히다.

만약 바닷가까지 배달이 된다면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맛도 일품일 것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게를 잘 발라 먹을 수 있는 도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굵은 플라스틱 젓가락은 게살을 발라 먹기에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게살 발라먹기 힘든 젓가락 빼고는 완벽한 음식이다.
서귀포에 들리시거든, 꽃게 한 마리 짬뽕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를...

주소 및 연락처:
덕성원 본점 (아버지와 첫째 아들이 운영): 제주도 서귀포시 정방동 474번지
064-762-2402
덕성원 중문점(둘째 아들이 운영):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 1931-8번지
064-738-0750, 011-468-2402
대표메뉴:
꽃게 짬뽕: 6,000원
짬뽕 스페셜(해물지리짬뽕): 7,000원
간 자장:4,000원
사천 자장: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