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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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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또 먹고 싶어지는 야들 야들한 순대의 참 맛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지는 야들 야들한 순대의 참 맛

by 김예나 2008.10.07

서귀포 오일장 ‘놀부네 순대’
장바구니 하나 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서귀포 장으로 향한다.
서귀포 오일장에 그전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거리도 멀고 4, 9일에만 열려서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마치 내가 장보러 나온 제주 할망이 된 기분이다.
서귀포 오일장은 사방이 트여서 제주시 오일장처럼 시장 안이 후덥지근하지 않다.
여기 저기 텃밭에서 키운 야채나 채소를 팔러 온 할망들이 눈에 띈다.
엿장수 아저씨의 신나는 가락에 어깨도 들썩 들썩, 흥겹게 발걸음을 옮긴다.

“혀 끝에 남아 있는 야들야들한 순대 맛....아마도 중독이 된 것만 같다“

시장 한편에 오래된 목마가 눈에 뛴다. 내가 어렸을 때 동네에서 타던 목마와 매우 흡사하다. 반가운 마음에 한 컷 찍는다.
20년 전도 더 되는 그 당시, 목마 주인아저씨에게 100원만 내면 동요를 들으면서 실컷 목마를 탈 수 있었다. 실컷 타고 나서 바로 앞 분식 가게에서 50원짜리 핫도그를 케첩 뚝 뚝 흘려가며 먹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난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옛날 기억에 모든 것이 정겹게 느껴진다. 시장 안 방앗간도 내 어렸을 적 모습 그대로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도시의 시멘트 안에서, 모든 것이 현대화된 틈 안에서 옛날을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의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광경들이다.
이 정겹고 재미있는 광경들을 둘러 다니다 보니, 장 한가운데 손님들이 빠글빠글한 장터 식당이 눈에 띈다.

놀부네 순대...식당 가운데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손님 접대로 분주한 거구의 아주머니가 보인다. 손님들은 순대 국밥 또는 순대 한 접시에 쌀 막걸리 한 사발을 옆에 놓고, 낮부터 술을 즐기고 있다. 점심을 잔뜩 먹어 배가 부르건만, 맛 나는 것 앞에서는 배가 마비 되는지 방금 먹은 점심은 생각 나지 않고 이 순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귀포 먼 길 까지 왔는데 유명한 놀부네 순대를 먹지 않고 갈수 는 없지 하는 생각이 든다. 순대를 많이 먹을 욕심에 국밥 대신 순대 한 접시를 시켰다. 여기서는 전통 순대를 막창 순대라고 부른단다.
아주머니가 ‘어떤 것 드실래요 ?’ 하길래, 전통 순대 달라고 하니까,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옆에 앉은 손님도 마찬가지의 표정을 짓는다.
바다 건너 육지에서 왔다는 티를 팍팍 낸다.
후끈한 김이 올라오는 야들 야들해 보이는 막창 순대가 나왔다. 한 입 넣는다.
에고 이 맛있는 것...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야들 야들함만 느껴진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순대를 먹고 싶은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인다.
글쓰기 전에 놀부 순대랑 좁쌀 막걸리 한 잔 했으면 순풍에 돛 단 듯이 기사가 술술 써졌을 텐데...
순대와 함께 풋고추와 장, 열무김치, 깍두기가 나오는데 순대와 함께 깍두기를 먹으면 그 맛이 가히 끝내준다. 막걸리도 한잔 하고 싶은 맘에 막걸리 한 잔도 파냐고 물었다.
아쉽게도 한 병씩만 팔 지 잔술은 없단다. 나 같은 싱글 여행자를 위해서 잔술도 파셨으면 한다. 순대에 막걸리를 걸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시장의 활기찬 광경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낮술 걸치는 주변사람들의 구수한 제주 사투리를 음악 삼아, 이 야들한 순대와 쫄깃한 곱창을 먹으니 막걸리 걸치지 않아도 절로 분위기에 취한다.
혀끝에 살살 녹는 야들 야들한 순대 아직 까지도 그 맛이 자꾸 떠오르니 아마도 놀부 순대 중독에 걸린 듯하다.

주소: 서귀포시 오일장 내 (서귀포 오일장은 매월 4일, 9일에 열림)
연락처: 놀부네 순대 ☎ 018-606-6286
가격: 순대 한 접시\ 5,000원/ 순대 국밥\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