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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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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진한 생명력과 청량하면서 아삭한 매운맛!

바다의 진한 생명력과 청량하면서 아삭한 매운맛!

by 제주 교차로 2010.11.17

아귀찜 전문점, ‘아구사랑 아귀찜’
함흥지역의 냉면이 그렇고 강원도의 오징어순대가 그러하며 전라도의 홍어삼합이 그렇듯 대한민국 8도를 두루 돌아보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향토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뭍에서 떨어진 제주역시 몸국과 고기국수 등 비교적 소박한 음식이 대표 먹거리로 사랑받고 있으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뚜렷한 지역색을 보이는 경상도 또한 ‘주디에 착착 달라붙는’ 경상도만의 '학실한‘ 음식들이 존재한다. 특히 마산지역의 아귀찜은 마산을 대표하는 지역 명물이자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진미(珍味)라 할 수 있다. 지난 1965년 마산에서 처음 태어난 이후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경상도만의 음식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최고의 향토 음식 중 하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도 이러한 아귀찜을 메뉴로 하는 제법 많은 음식점들이 성업 중에 있는데 만약 제대로 된 아귀찜을 원한다면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아구사랑 아귀찜’을 적극 추천한다.
제주시 연동 돔 나이트 인근에 위치한 ‘아구사랑 아귀찜’은 비교적 최근에 개업한 음식점이다. 하지만 이제 막 문을 열었다고 음식의 맛이나 전통이 짧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 음식점 대표인 동시에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영자 조리사야 말로 본토 아귀찜을 재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이 조리사는 제대로 된 아귀찜을 배울 요량으로 약 10여 년 전 마산에 위치한 아귀찜 가게에서 일하며 어렵사리 비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그렇게 터득한 비법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버무려 마산 아귀찜 제주분점을 창업했고 이후 제대로 된 아귀찜이란 입소문과 함께 맛 집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오랜 시간 쉬어야 했고 힘들게 일군 가게 역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후 건강이 좋아져 다시 마산 아귀찜이란 이름으로 창업하려 했으나 가맹권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종전의 이름을 포기하고 결국 지금의 자리에 ‘아구사랑 아귀찜’이란 상호의 새로운 가게를 열었다. 비록 이름은 바뀌었지만 원조 아귀찜과 비견되는 뛰어난 손맛은 변함이 없어, 개업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부터 지역 내 숨은 맛 집으로 불리며 미식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기실 이미 많은 매체와 책을 통해 조리법이 공개된 아귀찜 요리에 특별한 비법이란 있을 수 없다. 그저 모든 음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재료와 정성, 요리사의 솜씨 등에 아주 소소한 노하우 몇 가지가 곁들여져 음식의 명가(名家)가 탄생되는 것이다. ‘아구사랑 아귀찜’ 은 바로 이러한 명가의 원칙을 묵묵히 지키는 음식점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맛을 내기 위해 말린 아귀가 아닌 생 아귀를 사용하고 중국요리의 ‘여의채’ 마냥 콩나물을 오랜 시간 정성스레 다듬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얼얼한 매운맛이 일품인 양념 또한 최대한 천연재료를 사용해 단순히 매운 것에 그치지 않고 먹을수록 깊고 그윽한 감칠맛이 입안에 감돌도록 한다.
생 아귀는 부드러운 맛에서 말린 아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꼬들꼬들한 말린 아귀와 달리 생 아귀의 포들포들한 하얀 속살은 매콤한 양념과 환상의 조화를 이루며 ○○○을 새도 없이 눈 녹듯 입속에서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 아귀에서 아귀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얀색 속살을 덮고 있는 탱탱한 껍질이 입속에서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제대로 된 식감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콩나물의 아삭함은 담백한 아귀 맛과 어우러져 절묘한 맛의 이중주를 펼치기 때문. 아울러 보석마냥 아귀찜 안에 숨어있는 미더덕을 한입 베어 물면 툭 하고 터지는 육수와 함께 바다의 진한 생명력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이곳의 아귀찜은 그리 매운 편이 아니다. 하지만 맛에 취해 정신없이 먹다보면 어느새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고 얼큰한 여운은 온 몸을 훈훈하게 달구며 초겨울의 추위 따윈 단박에 잊게 만든다. 그리 맵지도 그리 짜지도 않은 매운맛 특유의 물리지 않는 당김, 시작부터 끝까지 깊은 맛을 음미하며 입으로 그리고 혀로, 원칙을 고수하는 고집 센 장인의 정성을 맛 볼 수 있는 음식점이 바로 이 곳, ‘아구사랑 아귀찜’이다.
기자가 경험한 맛의 깊이, 바다의 진한 생명력과 청량하면서 아삭한 그 매운맛의 진미를 느끼고 싶은 분들이라면 ‘아구사랑 아귀찜’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메뉴 - 아귀찜 (大)35,000원 (中)25,000원
아귀탕 (大)35,000원 (中)25,000원
동태탕 25,000원
▲ 신제주 돔 나이트 사거리에서 한라산 방향 50m ☎743-2346

/ 임영섭 기자 lys709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