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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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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형식의 스릴만점 승부, 방어 VS 고등어

블로그 형식의 스릴만점 승부, 방어 VS 고등어

by 제주교차로 2010.12.08

겨울바다의 양대 보물이 펼치는 재밌는 맛 대결!
무릇 모든 음식재료에는 철이 존재한다. ‘있다’ 가 아닌 ‘존재한다’라는 표현을 생각해보면 앞에서 언급한 철이, 사이비교 주문마냥 화학시간에 주구장창 외웠던 카칼나마알아철니.. 의 그 철(Fe)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먹는 음식, 즉 땅과 들과 바다와 하늘에서 얻는 세상의 모든 음식 재료에는 가장 맛있는 철이 존재한다. 음식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뛰어난 재료임을 감안해볼 때 해당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음식을 먹는 건 어찌 보면 식객으로서의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그리하여 조석으로 느껴지는 동장군의 차가운 기운 탓에 절로 알래스카에 사는 김상덕씨(참고로 본인은 무한도전 광팬^^;)가 생각나는 요즘, 가장 맛이 절정에 달했다는 2가지 음식을 맛보기 위해 식객여행단이 길을 나섰다.
단순한 맛 여행이 아닌 맛 대 맛의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식객여행에서 만나 볼 두 선수는 차가운 겨울철에 더욱 풍미를 더하는 겨울 바다의 보고, 방어와 고등어다.

겨울바다의 신선함속에 담긴 끝없는 감칠맛
1 Round <방어회 VS 고등어회>

매해 11월이면 대정읍 모슬포에서 방어축제가 열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이맘때의 방어는 그야말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이유인즉 차가운 겨울바다 속에서 튼실하게 움직이기 위해 지방을 포함한 온갖 영양분을 몸속 가득 가득 축적하기 때문.
등 푸른 생선의 대명사격인 고등어 역시 맛있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겨울 생선이다. 워낙 급한 성격 탓에 잡히는 즉시 ‘꼴까닥’ 생을 마감하지만 양식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고등어의 푸른 줄무늬가 선명하게 살아있는 활 고등어회를 언제 어디서든 맛볼 수 있고 그 고등어회가 가장 맛있을 때가 바로 요즘처럼 수온주가 뚝 떨어지는 겨울철이다.
여하튼 그런 연유로 평소 알고지내는 지인께 방어와 고등어간의 맛 대결을 주선 해주십사 부탁을 드렸고 식객여행단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안겨준 그 대결은 각각 회와 구이로 나눠 총 2라운드로 진행됐다.
먼저 1라운드 회 대결에 대해 ‘썰’을 풀자면 방어회는 따오기나 미터급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제법 튼실한 체구를 자랑하는 준 헤비급 녀석이었고 고등어 역시 겨울 바다의 푸른 기운을 잔뜩 머금은 실한 놈으로 준비했다. 투명한 듯 하면서도 약간의 붉은 기운이 감도는 방어회와 전체적으로 옥빛을 머금은 고등어회. 널 따라 접시위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던 두 녀석의 자태는 맛 대결의 심판으로 나선 식객여행단의 가슴에 적잖은 설렘과 흥분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요런 먹음직스런 녀석들 같으니라구~“
홍 코너의 방어회선수와 청 코너 고등어회 선수가 테이블 위에 출전하자 나를 포함한 식객여행단은 ‘바다다 그래 바다가 보인다~’란 초밥왕의 명대사를 마음속에 되새기며 지극히 경건한 마음으로 겨울 바다의 보물들을 찬찬히 음미했다.
맛 평가를 빙자한 식욕충족 타임을 얼마쯤 보냈을까? 사각의 식탁, 아니 사각의 링 위에는 1라운드 대결의 승패가 여실히 갈려 있었다.
고등어회의 압승...
물론 방어회는 뛰어난 음식이다. 특유의 쫀득한 육질과 ○○○을수록 배어나오는 진한 육즙은 동일 가격대비 생선회 중 가히 최고라 할 만 하다. 특히 제철 맞은 방어의 살은 쫀득거리다 못해 입속에서 탱탱 뛰어다닐 정도. 우리가 이날 맛본 방어회 역시 어디 하나 모자란 점이 없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헤비급(방어)대 웰터급(고등어)이 맞붙은 무제한 급 대결의 승리는 서민들의 대표 생선, 고등어회의 차지였다. 발 사이즈 310mm, 몸무게 110kg를 자랑하며 밥 한 공기를 15초 만에 뚝딱 해치우는 구엄의 자이언트 문형님 마냥 생선계의 골리앗으로 군림하는 방어회가 제 지느러미만한 고등어회에 KO패를 당한 것이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한 차례 식욕충전의 광풍이 휘몰아친 후, 식탁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오직 방어회밖에 없었다. 캔자스 외딴 시골집에서 낮잠을 잠시 때려주시다 오즈로 날아가 버린 도로시 마냥 고등어회는 순식간에 식객여행단의 빵빵한 뱃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무릇 지방은 육류와 생선의 맛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AA급 한우의 등심에서 볼 수 있는 환상의 마블링이 그렇듯 알맞게 분포한 지방의 양에 따라 육질의 식감과 맛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아가미에서부터 꼬리지느러미 끝까지 지방을 120% 채워 넣은 고등어는 일미라는 맛의 왕좌를 당당히 차지할 수 있는 겨울바다의 보물 중 으뜸인 것이다.
입에 넣는 순간 사람의 체온에 의해 서서히 활성화되며 녹아내리는 고등어회 특유의 지방은 감칠맛과 풍미란 이름으로 변해 단박에 미뢰세포를 마비시키고, 바다와 닿은 눈이 그러하듯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천상의 부드러움은 감히 비교차체를 불허한다.
특히,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김에 고슬고슬한 밥을 한 숟가락 살짝 올리고 양념을 씻어낸 묵은지와 고등어회, 그리고 고등어회의 맛을 더욱 배가시키는 양념장을 살짝 찍어 입안에 넣으면 이건 뭐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맛의 최고봉이다.
황돔, 돌돔, 다금바리.....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요즘, 그딴 건 아무것도 아니다. 고등어회가 왕이다.

2 Round <방어 머리구이 VS 고등어구이>
1라운드의 치열했던 대결과 한국식 횟집 특유의 화려하고 풍성한 밑반찬으로 포만감이 극에 달할 때 쯤 2라운드의 출전 선수들이 식탁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1라운드 신승의 기세를 몰아 2라운드까지 차지하겠다는 고등어구이 선수와 예상 밖의 일격을 당한 후 분루를 삼키며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낸 방어 머리구이 선수. 얼굴 작기로는 사무실에서 Top을 달리는 식객여행단 박 팀장님의 머리보다 훨씬 큰 방어머리구이와 어른 팔뚝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고등어 세 마리는 그릴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아리따운(?) 모습으로 그렇게 사각의 대결장에 등장했다. 사실 고등어구이에 사용된 고등어는 이제 막 고도리수준을 벗어났다는 약간의 핸디캡이 있었다. 하지만 회에서 압도적인 맛을 자랑했기에 별다른 걱정 없이 고등어구이와 방어머리구이가 펼칠 환상의 맛 대결을 기대하며 우리 식객여행단은 기꺼이 젓가락을 들었다.
승부의 결과는 분량 조절 실패로 인해 다음 주에 계속......... 이라고 하고 싶지만(^ ^;) 블로그 형식 글에도 예의와 도가 있기에 특별 편집으로 바로 2라운드 대결의 승자를 발표하겠다.
2라운드 구이대결 Winner~~~! 방어머리구이! 두둥~!!
어두육미(魚頭肉尾)라고 했던가? 고래로부터 이어져온 사자성어는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신속배달, 물은셀프, 문인에구, 허당선생 처럼 심오한 뜻 없이 그저 필요에 의해 날림으로 만들어진 말과 달리 사자성어, 특히 ‘어두육미’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에는 큰 뜻과 깊은 내공이 담겨 있음을 무지몽매한 식객여행단은 방어머리구이를 통해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큼지막한 크기만큼이나 머리 곳곳에 숨어있는 튼실한 하얀 속살, 굵은 소금으로 적당이 간이 배인 껍질의 아삭한 식감, 그리고 ○○○을수록 느껴지는 방어의 진한 풍미... 방어머리구이는 마리아나 화구마냥 깊고 깊은 감칠맛을 담고 있었다.
방어머리구이가 선사하는 그 진하디 진한 맛의 세계... 진함의 끝에서 조우한 맛의 진경(眞景) 앞에 고등어구이는 더 없이 초라해져갔고 세렝게티 초원의 하이에나 무리 마냥 네 명의 식객여행단이 방어머리구이를 살점 하나 없이 요절(?)내고 있을 동안 고등어구이는 저만치서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할 뿐이었다.
고등어구이도 맛은 있었다. 하지만 튼실한 꿀 살점을 자랑하는 방어머리 구이 앞에 고등어구이는 시쳇말로 쨉이 안됐다. 오직 식객여행단의 간택을 받은 방어머리구이만이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자취를 감췄다.
물론, 아직 맛이 덜 여문상태로 대결에 나선 고등어 상태를 감안해볼 때 이번 구이 대결은 시작부터 고등어에 불리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리가 아닌 어른 팔뚝만한 고등어가 구이대결에 나섰다 하더라도 승패는 변함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방어머리구이 맛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뛰어난 풍미를 담고 있었다.
1라운드와 동일한 방식으로 결론을 짓자면 고등어구이, 갈치구이, 꽁치구이 그딴 건 아무것도 아니다. 방어머리구이가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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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구이가 등장하면 어떨까?....메! 로! 구! 이!
(조만간 ‘맛대맛’ 2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임영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