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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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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크고래전문점 제주고래

밍크고래전문점 제주고래

by 제주 교차로 2011.01.25

제주에서 즐기는 제대로 된 ‘고래 고기’
밍크고래전문점 ‘제주고래’
‘고래 고기’는 일반인들이 쉽사리 접할 수 없는 음식이다. 예부터 고래 고기로 유명한 몇몇 지역, 이를테면 공급과 수요가 원활한 포항 및 장생포 등을 제외하면 고래 고기를 맛 볼 수 있는 곳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국제적인 포경 금지로 고래의 남획이 금지됐기도 했거니와 같은 대한민국이라도 지역별 음식문화가 따로 발달했기 때문인데 예부터 바다에서 먹거리를 해결해온 이곳 제주에서도 고래 고기는 몇몇 미식가들에게만 허락된 고가의 낯선 음식일 뿐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음식을 좋아하고 진귀한 맛을 추구하는 이른바 자칭 ‘식객’들이라면 고래 고기에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을 터. 아무리 고가에 접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하여 지난 주말, 서른 평생 처음으로 고래 고기를 맛보기 위해 신제주에 위치한 밍크고래전문점 제주고래(대표 이병길)를 찾았다.
음식 관련 기사이니 만큼 처음 먹어본 고래 고기에 대한 맛 평가를 먼저 내려 본다면, ‘고래고기, 그것은 진정 버라이어티하면서 깊이감이 남다른 감동’ 그 자체였다.
고래 고기. 제주에서 나고 자란 내게는 익숙지 않은 단어이자 익숙지 않은 음식이다. 간혹 맛 기행 프로그램이나 이누이트족의 생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봤을 뿐, 직접적으로 고래 고기를 본적도, 먹어본 적도 없었다. 사실 꼭 고래 고기를 맛볼 생각이었다면 몇 차례의 육지 왕래에서 장생포 등의 고래 고기 산지(산지라는 의미가 적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고래 고기에 대한 공급이 원활한 곳이니 이해를 돕기 위해 산지라는 표현을 사용했음)를 들렀겠지만 워낙 고가로 유명한 음식 이다보니 접할 기회가 있어도 발길을 돌리곤 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한민국 직장인의 운명을 한탄하며 말이다. 그러던 와중 지난 주말, 아는 지인께서 잘 아는 고래 고기 전문점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연락이 왔고 주머니사정 가벼운 나는 옳다구나 쾌재를 부르며 잽싸게 약속장소로 달려 나갔다.
약속장소는 신제주 맥심호텔 뒷편에 위치한 ‘밍크고래전문점 제주고래.‘ 평소 업무 차 신제주 지역을 자주 찾았었는데 이런 곳에 고래 고기 전문점이 있었을 줄이야. 여하튼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일식집 분위기의 아담한 내부 모습과 함께 벽 한 켠에 걸려 있는 고래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향유고래, 밍크고래, 귀신고래 등 대한민국 바다에 서식하는 모든 고래를 종류와 무게별로 나열한 일종의 고래도감이었는데 이중 제주고래에서는 밍크고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추운 날씨 탓에 뜨끈한 온돌방으로 들어가 대충 자리를 잡은 후 메뉴판을 펼쳤다. 그런데 고가라고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고래 고기의 모든 부위를 맛볼 수 있는 모듬 대(大)가 10만원에 불과하고 수육 역시 크기에 따라 3~7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고래육회와 고래 고기 초밥 또한 저렴하기는 마찬가지. 나중에 알고 보니 제주고래 이병길 대표의 고향이 포항인 까닭에 좋은 품질의 고래 고기를 남보다 좋은 조건으로 구입할 수 있었고 고래 구입비용에서 절약된 부분은 고스란히 가격적인 부분에 반영했다고. 따라서 이곳에서는 고래 고기라는 특별한 진미를 부담 없는 가격에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이날 우리가 주문한 고래 고기 모듬(大)이 바로 그러했는데 꼬리, 지느러미, 가슴, 껍질, 내장 등 고래의 각 부위는 물론 사시미, 육회, 수육 등 조리법을 달리한 다양한 고래 고기가 널따란 접시위에 수북이 담겨 나왔다.
고래 생고기를 파, 배, 마늘, 참기름 등으로 버무린 육회는 얼핏 소고기 육회를 연상시키지만 그 깊은 맛과 담백함은 비교자체를 불허했고 고래의 아래턱에서 배꼽 위까지의 주름 전 부위를 뜻하는 ‘우네’는 고래부위 중 제일 으뜸이라 알려진 것처럼 다양한 맛을 내포하고 있었다. 참고로 ‘우네’는 일본에서도 한 점에 우리 돈 만원에 판매될 만큼 초고가 부위인데 간혹 제주고래를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오로지 ‘우네’ 만을 찾는다고. 그래서 그런지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도 이 ‘우네’ 만큼은 일인당 한 점밖에 제공되지 않았다.
고래회, 일명 막찍기는 가장 신선도가 높은 부위로써 초고추장이나 참기름에 찍어 겉절이 김치와 함께 곁들이면 그 쫄깃한 식감을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꼬리와 지느러미를 소금에 수개월 절인 후 살짝 데쳐 얇게 썰어먹는 오베기 역시 쫄깃한 맛이 특징인 콜라겐 덩어리로 특히 여성들의 피부미용에 그만이라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모듬 한 접시에 고래의 모든 부위가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12가지로 나눠진 각 부위마다 본연의 맛과 본연의 식감이 확실하게 살아있어 맛과 함께 먹는 재미 또한 즐겁다는 것. 아울러 고래 고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제일 곤욕스러워 한다는 향 역시 한 점 두 점 먹다 보니 오히려 그 향에 흠뻑 취해 더욱 제대로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포항이 고향인 이 대표의 정성스런 손길 또한 고래 고기의 맛을 책임지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고래 고기는 고가의 재료이니 만큼 서툰 솜씨로 허투루 대하면 음식의 맛이 쉬 상하기 마련인데 이 대표는 고래의 구입에서부터 손질, 조리 등 손님상에 음식이 나갈 때까지의 전 과정을 본인이 직접 담당한다. 육지가 고향인 몇몇 분들이 제주고래를 찾은 후 ‘그동안 간절히 맛보고 싶었던 고향을 음미하고 간다’며 진심어린 악수를 청한 일화는 이 대표의 솜씨와 본 고장 못지않은 제주고래의 뛰어난 맛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분명 고래 고기는 고가의 음식이다. 일반적인 음식점에 비해 저렴하다곤 하지만 제주고래 역시 그리 녹록치 않은 가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수육 한 접시 시켜놓고 가볍게 술 한 잔 기울이며 지난했던 하루를 얘기하는데 부담이 될 만큼 터무니없는 가격인 것은 결코 아니다.
제주고래. 부담 없는 가격에 제대로 된 고래 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그리고 고래 고기라는 특미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이야 말로 최적이자 최고의 장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밍크고래전문점 제주고래 ☎745-9922(제주시 연동 253-4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