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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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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6코스]한 없이 가볍고, 한 없이 따스했으며, 한 없이 아름다웠던 길

[올레 6코스]한 없이 가볍고, 한 없이 따스했으며, 한 없이 아름다웠던 길

by 제주교차로 2011.04.27

‘올레 6코스’
파란 하늘에선 눈부신 햇살이 아롱아롱 내리고 살짝 내딛는 걸음 걸음마단 따사로운 봄기운이 재잘거리는 4월. 누군가는 장편의 시를 통해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명하기도 했지만 계절의 여왕인 5월을 앞두고 한창 봄의 싱그러움이 여물어가는 4월은 그 말간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계절이다.
이런 4월에 올레를 찾는 것, 제주의 자연이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는 이맘 때, 아무런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올레 길을 걷는 건 어찌 보면 제주도민만의 특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분 좋은 특혜를 누리기 위해 지난 주말 올레 6코스를 찾았다. 쇠소깍에서 부터 외돌개 까지 이어지는 여섯 번째 올레길의 유쾌한 트래킹. 봄이라서 그런가? 두어 달에 한 번 씩 은 꼭 찾는 올레길이지만 이날의 도보여행은 한 없이 가벼웠고 한 없이 따스했으며 한 없이 아름다웠다.
올레 6코스는 쇠소깍을 출발해 서귀포 시내를 통과 한 후 이중섭거리와 천지연폭포 산책로를 지나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해안·도심 올레다. 해안가의 수려한 정취와 서귀포 시내, 산남의 문화를 두루 접할 수 있는 길로 올레 5,7코스와 함께 올레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 중 한 곳이다.
필자가 찾은 이날 역시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과 올레꾼들이 6코스의 출발지인 쇠소깍에서 천혜의 절경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바닷물과 민물이 합수하는 쇠소깍은 천연 터키석의 그것과 같은 영롱함에 봄 햇살이 더해져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가 누워있는 형태를 닮았다 하여 한때는 ‘쇠둔’ 이라 불렸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기암괴석들로 이뤄진 물가를 따라 굽이굽이 모양을 하고 있어 소가 누운 모양인지 서 있는 모양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쇠소깍이 그 이름처럼 소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았다. 기수역에서 오롯이 느껴지는 자연의 신비와 맑은 물속을 떼 지어 돌아다니는 숭어무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쇠소깍에서의 즐거움은 충분했으니까 말이다.
쇠소깍의 비경을 뒤로 하고 다음으로 찾은 곳은 보목리에 위치한 제지기 오름. 과거 절지기 가 살았다 하여 절오름, 또는 절지기 오름으로도 불린 제지기 오름은 올레6코스 중 가장 험난한 길이다. 험난하다고 해봤자 정상에 오르고 하산하기까지 채1시간이 걸리지 않는 야트막한 오름이지만 워낙 6코스의 길이 평탄하다 보니 제지기 오름이 6코스의 가장 큰 난관이란 불명예를 얻게 된것. 특히 정상까지 올라간 후 입산했던 길로 다시 내려와야 하는 제자리걸음인 까닭에 많은 올레꾼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제지기 오름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 힘들더라도 오름에 한번 오르기를 적극 권한다. 등산로를 따라 나무계단이 잘 조성돼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고 무엇보다 정상에 오르면 섶섬과 어우러진 보목 바닷가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조금은 버겁다 느껴질 수 있는 30여분 간의 고생 끝엔 쉬 볼 수 없는 제주 바다의 수려한 비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혹 6코스를 찾을 계획이 있다면 제지기 오름을 꼭 오르기 바란다.
제지기 오름을 지나 서귀포 KAL호텔까지는 한적한 오솔길로 이어져 있다. 봄을 맞아 유채꽃과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있어 더욱 흥을 더하는 오솔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게 나 있어 제법 운치가 느껴진다.
손을 뻗으면 단박에 닿을 것처럼 지근거리에 위치한 섶섬을 지나 오솔길을 계속 걷다보면 어느새 서귀포KAL호텔에 다다르는데 서귀포KAL호텔은 아직 올레꾼들에 개방돼 있지 않아 정원의 담을 따라 빙 돌아 지나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야트막한 담벼락 너머로 서귀포KAL호텔의 너른 정원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니 그리 불평 불만을 늘어놓을 일은 아니다.
서귀포 KAL호텔을 지나 다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올레길의 명소는 여름철 물맞이 장소로 유명한 소정방 폭포다. 백중(伯仲)날 폭포수를 맞으면 신경통에 좋다 하여 신선마냥 가부좌를 틀고 앉아 쉼 없이 떨어지는 폭포수에 몸을 맡긴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는 소정방폭포는, 매해 여름이면 물맞이 하려는 사람들이 대거 찾곤 하는데 이날은 이제 갓 봄이 여물기 시작해서인지 5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줄기만이 올레꾼을 맞았다.
소정방 폭포를 지나면, 올레길은 본격적인 서귀포 시내로 이어진다.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찾아 제주에 온 서복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서복전시관과 소암 현중화 선생의 예술혼이 깃든 소암기념관 등 비교적 도심에 위치한 지역명소들이 올레길에 자리해 있고 특히 서귀포 지역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이중섭 미술관도 만날 수 있다.
불혹의 나이에 요절한 천재 화가 이중섭 화백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이중섭 미술관은 과거 이중섭이 제주에 거주했던 집터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이중섭 화백의 작품은 그리 많지 않지만 제주에 살았던 흔적과, 부인과 주고받은 애절한 엽서 등 일반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쏠쏠한 재미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이중섭 미술관과 집터를 중심으로 100여m에 달하는 지역이 이중섭 문화거리로 조성돼 있어 가게의 간판과 가로등 등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단순히 미술품을 관람하는데 그치지 않고 예술혼이 담긴 문화거리에서 화가의 생애와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것, 오감으로 화가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중섭 미술관이다.
올레6코스의 종반부인 이중섭 미술관을 지나면 마지막으로 천지연 폭포와 외돌개를 만날 수 있다.
산남의 자연과 문화를 두루 접할 수 있는 올레6코스의 끝이자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천지연폭포는 높이 22m, 너비12m, 수심 20m의 폭포로 정방폭포와 함께 제주를 대표하는 비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아열대와 난대성 상록수가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천연 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을 만큼 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꼭 찾는 관광명소로 더욱 유명하다.
이날 역시 많은 관광객들이 22m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비경을 감상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고 올레꾼들 역시 근처 바위와 의자 등에 앉아 잠깐의 휴식을 즐겼다.
천지연 폭포에서의 달콤했던 휴식을 끝내고 산책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올레6코스의 마지막을 알리는 외돌개와 마주하게 된다.
서귀포 바다 한 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외돌개는 그 이름처럼 홀로 바다를 지키고 있는데 약 150만년 전의 화산폭발로 분출된 용암에 의해 생성됐다고 한다. 외돌개와 조화를 이룬 인근 바다의 옥색 물빛과 청아한 솔숲의 경치는 올레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힐 만큼 멋스러움을 자랑하며 올레7코스의 시작점과 맞물려 있어 1년 365일 연중 많은 관광객들과 도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직 제주에서만 접할 수 있는 외돌개의 멋들어진 비경, 힘들었던 트레킹을 끝낸 이들에게 보내는 축하 인사로 이보다 더 제주스럽고 올레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쇠소깍의 절경에서 시작해 외돌개의 비경으로 끝나는 올레 6코스. 봄을 맞아 한 없이 빛나는 올레6코스는 가히 제주의 4월이 주는 선물을 온몸으로 보고 듣고 만끽할 수 있는 그런 봄의 올레였다.

▲올레6코스 경로(총 15Km 4~5시간 소요)
쇠소깍 - 소금막 - 제지기오름 -보목항구 - 구두미포구 - 서귀포 보목하구처리장 - 서귀포 KAL호텔 - 파라다이스 호텔 - 소정방폭포 - 서귀포 초등학교 - 이중섭 화백 거주지 - 솔동산 사거리 - 천지연 기정길 - 천지연 폭포 생태공원 - 남성리 마을회관 앞 공원 - 남성리 삼거리 - 삼매봉 - 찾집 솔빛바다 - 외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