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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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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8코스]몽환적 제주, 숨겨진 절경의 바닷가 '예래 해안로 '

[올레8코스]몽환적 제주, 숨겨진 절경의 바닷가 '예래 해안로 '

by 한지숙 자유기고가 2017.11.02

제주도에 갈 때마다 날씨 운이 없었다. 늘 우중충한 하늘 덕에 에머럴드 빛이라는 제주 바다는 동해의 여느 바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단지 모래백사장 대신 검은 돌 현무암이 펼쳐진 제주 바다를 보며 ‘이곳이 제주구나’ 위안했다. 그러나 이번 제주 여행은 달랐다. 역시나 날씨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제주로 들어가는 날 하늘은 잔뜩 구름을 드리우고 있었고, 비를 뿌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행과 함께 첫 목적지로 정한 곳은 자동차로 정상 탈환이 가능하다는 군산오름이었다. 내비게이션에 이름을 입력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그런데 오름이라면 응당 고갯마루 하나 정도는 오를 줄 알았는데 순탄한 평지로만 가더니 급기야 우리를 막다른 바다 앞으로 인도한 내비게이션, 하지만 내비게이션을 탓하기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 동안 마주했던 우중충한 제주 날씨가 마냥 몽환적으로 다가왔다. 아니, 날씨가 쾌청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아름다움이라 잔뜩 찌푸린 하늘이 고마웠다.

빨리 내비게이션에 찍혀있는 이곳의 이름을 살폈다. 이름이 낯설었다. 분명 잘 알려진 유명 관광지는 아니었다.
‘예래 해안로’, 올레 8코스의 여정 안에 들어있는 곳이었다. 예래동의 옛 이름을 따서 ‘열리 해안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약 5.5㎞가 이어지는데 서귀포시 월평마을의 아왜낭목에서 안덕계곡의 대평포구에 이르는 올레 8코스 해안길 중 더 없이 제주스러운 해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우중충한 날이라면 더 없이 제격이다. 예래 해안로에서 잠시 차를 세워두는 것이 좋다. 1차선 시멘트 포장길로 도로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점도 있지만 걷기에 무리가 되지 않아 조용히 사색하며 걷는 황홀한 시간을 드라이브로 대체할 수 없다. 바다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울퉁불통 펼쳐진 현무암이 굴곡져 야트막한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그 안에 담긴 물은 또 얼마나 맑은지. 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소라껍데기 마다 그 안에 깅이(작은 게)들이 꼼지락거리고 작은 새우류가 쏜 살 같이 움직인다.

바다를 따라 서쪽으로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또 다른 절경이 있다. 대평 친환경 해녀탈의장에 서서 바라다보이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주상절리가 잘 발달한 이 해안절벽의 이름은 ‘박수기정’이다. 바가지로 마실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이라는 뜻을 가진 합성어이다.
둥글둥글 귀여운 산방산 앞에 떡 버티고 있는 130m 높이의 절벽의 기개에 ‘이야~’ 하는 감탄사는 그저 약소하다. 바닷길을 따라 마냥 걷고 싶지만 맑은 날에는 마라다까지 내다보인다는 군산오름에서 석양을 감상하기 위해 다시금 차에 올랐다. 예래 해안로에서 군산오름까지 차로는 5분 거리. 군산오름은 발품 대비 풍경이 압권이다.

거의 정상까지 차로 올라간 후 계단으로 2분만 가파르게 올라가면 잠시나마 씩씩거리고 힘든 티 낸 것이 미안할 정도. 군산오름이야 워낙 잘 알려진 유명 오름이니 따로 더 소개하진 않겠지만 예래 해안로로 드라이브 왔다면 놓치지 말자.
[여행 정보]
■ 예래 해안로 찾아가기: 서귀포시 하예동 1810-7에서 서귀포시 상예동 592-4에 이르는 해안가를 따라서 조성된 도로, 논짓물에서부터 대평리 박수기정까지 연결. 제주공항에서 약1시간 소요.

■ 남서부권 추천 드라이브 코스: 공항-성이시돌목장-예래 해안로에서 난드르로 산책-군산오름-용머리해안-모슬포항 식사-송악산 전망대-신창풍차해안도로-이호테우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