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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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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20코스]올레길에서 만나는 쇼핑의 메카 '세화오일시장'

[올레20코스]올레길에서 만나는 쇼핑의 메카 '세화오일시장'

by 이현진 객원기자 2017.11.23

제주 올레길 20코스 걷기를 계획 중이라면 일정을 매월 5일, 10일(15일, 20일, 25일, 30일)로 맞춰보자. 김녕에서 하도로 이어지는 20코스의 막바지에 다다를 때, 세화 오일시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와 고단하고 허기질 즈음, 철판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호떡과 지금 막 튀겨 설탕에 이리저리 굴린 꽈배기를 거부할 수 있을까.
사실 제주도에서 오일장이라면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이 가장 규모가 크다. 단지 시장을 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2일과 7일에 열리는 이곳을 찾는 것이 낫다. 제주시오일장과 비교하면 세화오일장은 훨씬 작다. 그래도 그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구색은 비슷하게 갖추고 있다. 과일과 채소, 생선 등 농수산물은 물론이고 반찬이나 의류, 그릇 등 생활용품도 판매한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기가 높아진 세화해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어 겸사겸사 올레길도 걷고 장도 보기에는 꽤 만족스러울 것이다. 꼭 뭔가를 사지 않더라도, 시장은 그 지역을 가장 가까이 들여다보기 좋은 구경거리다.
오로지 물건을 사기 위해 집에서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서라도 가곤 했다. 집 앞에 중소형 마트가 5개나 있는데도, ‘이거 오일장에서는 얼마에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에 살 것을 집었다가 내려놓기 일쑤다.

오일장의 모든 물건이 마트보다 싼 것은 아니지만, 종종 ‘득템’을 한 기억이 늘 장날을 기다리게 한다. 최근에 산 부추 1000원어치는 얼마나 많이 줬는지, 무쳐 먹고 지져 먹고 했는데도 화수분 같은 봉지에서 계속 나오는 바람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한 소쿠리를 봉지에 담고 마지막에 손으로 집어서 얹어주는 주인의 덤은, 바코드가 찍혀있는 마트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정이다. 랩으로 덮여 포장되어 있지 않은 농수산물이 싱싱해 좋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돼지머리나 닭발 등 마트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들도 오일장에는 있다.
의외의 득템은 의류코너에서도 이어진다. 제주에 내려와 시골 마을에 살며 육지에서 입던 정장 스타일의 옷들을 걸칠 일이 없어졌을 때 오일장의 저렴하고도 편한 옷들이 나를 감싸줬다. 5천 원짜리 몸뻬(일바지) 두 개로 지난 여름을 시원하고도 멋스럽게(?) 지났다.

폭풍 쇼핑의 끝은 늘 먹거리로 마무리한다. 멸치국수나 순대국밥처럼 든든한 끼니가 4~5천 원 선으로 식당보다 저렴한 편이다. 입가심 꽈배기를 물고 바닷가 앞에 서면 이렇게 전망 좋은 재래시장이 또 있을까 싶다. 세화해변이 인기를 끌면서 세련된 카페들이 한집 걸러 하나씩 생겨나 이제는 바당 앞을 꽉 채우고 있지만, 내게 가장 ‘핫’하고 ‘힙’한 곳은 이 오래된 오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