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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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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3코스]귤 껍질 보러 제주에 오는 사람들 '신풍신천바다목장'

[올레3코스]귤 껍질 보러 제주에 오는 사람들 '신풍신천바다목장'

by 이현진 객원기자 2017.12.04

바닷가 옆을 지나는데 노란색이 눈에 걸린다. 유채꽃이 필 시기도 아니고, 노랑보다는 주황색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귤 껍질이다. 그것도 광활한 평야처럼 펼쳐져 있다. 바다의 쪽빛과 황금빛의 조화는 꽤 묘하다.

겨울이 시작되는 요맘때부터 올레 3코스를 걷다 보면 서귀포시 성산읍의 신풍신천바다목장에서 이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무려 10만 평에 달하는 이곳은 예전에 신천마장이라 불리던 공동 방목장이었다. 지금은 업체가 소유해 소와 말을 방목하고, 동절기에 이렇게 귤 껍질인 진피를 말린다. 귤 많은 제주에서 여기저기 쉽게 볼 수 있는 게 그 껍질이라지만, 부지가 넓다 보니 어디서 구경하기 힘든 장관이 된다.

이를 찍은 사진들이 SNS에 올라오고 입소문이 나면서 나름의 관광지가 되었나 보다. 최근 제주를 방문했던 내 지인들의 일정에도 약속이나 한 듯이 신천목장이 포함돼 있었다. 그곳을 구경하려 일부러 찾아간다는 말을 듣고 있던 국수집 삼춘이 "귤 말린 걸 왜 보러 가냐"고 의아해 하며 웃었다. 그러게, 그저 귤 껍질을 널어놓았을 뿐인데.

있을까 싶다. 귤은 참 버릴 게 없다. 알맞은 크기로 잘 익은 조생은 그 자리에서 까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기에는 신 극조생이나 크기가 너무 큰 대과 같은 비상품 감귤은 주스 등을 만드는 가공용으로 쓰인다.

수확철이 되면 가공용 귤을 수매하는 곳에 트럭이 줄을 선다. kg당 180원으로 한 컨테이너(20kg)를 꽉꽉 채워봤자 3천 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는다. 귤을 따서 담아 싣고 오는 정성을 생각하면 헐값이지만, 이마저도 버릴 수 없는 게 농민의 마음이 아닐까 감히 헤아려본다.

이리하여 그 마지막인 껍질까지 여러 용도로 쓰이기 위해 목장 위 초원에 펼쳐진다. 진피는 예로부터 기침, 가래를 억제하는 데 좋다고 하여 한약재로 사용했다. 이곳 신천목장에서 말린 진피는 사료와 화장품 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껍질들이 이제는 이 동네를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신천목장은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해안길을 개방하고 있지만, 관광 명소가 된 것이 마냥 달갑지는 않아 보인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의 출입이 진피를 말리는 작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색깔을 진하게 보여주는 곳에서 ‘인생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올레길을 벗어나 목장을 돌아다니거나 귤을 밟는 행위는 삼가도록 하자.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 황금빛 바다는 차라리 멀리서 바라봤을 때 훨씬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