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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태풍 피해에 농민들 망연자실

잇따른 태풍 피해에 농민들 망연자실

by 제주일보 2012.09.18

“태풍 피해를 입어도 희망을 갖고 다시 파종했는데 20일 만에 다시 태풍에 휩쓸려나가니 죽으라는 것인지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제14호 태풍 ‘덴빈’ 피해로 상심한 농심이 치유되기도 전에 제16호 태풍 ‘산바’가 제주지역을 강타, 농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17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서 만난 김종현씨(51)는 태풍으로 인한 폭우에 침수된 당근밭을 보면서 망연자실했다.

김씨는 지난 7월 말 농협에서 영농자금 3000만원을 지원받아 1만9000여 ㎡에 당근을 파종했다.

그런데 지난달 제주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7월 말에 파종한 모종이 모두 시들어 죽거나 폭우에 휩쓸려버렸다.

김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8월 말 다시 당근을 파종했다.

하지만 이번 제16호 태풍 ‘산바’가 퍼부은 장대비가 파종한 종묘들을 삼켜버리면서 김씨의 마지막 희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김씨는 “빚을 내가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한 달 사이에 세 개의 태풍이 불어닥치면서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며 “앞으로 농사는 어떻게 지어야 할지, 또 가족들 생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정은 구좌읍과 인근 성산읍 지역 등 도내 전역에 산재한 밭들이 마찬가지로 폭우로 인한 침수와 종묘 유실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에서 만난 이 마을 청년회장 김명준씨(47)는 “밭에 나와도 뾰족한 수는 없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나왔다”며 “무를 파종한 밭이 물에 잠겨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연이은 태풍에 희망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며 “침수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등 제2의 피해 예방과 대체작물 선정 등을 위해 태풍 피해 보상 등의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은 마늘과 감자, 당근 등 밭작물은 침수 위험이 높고 감귤은 검은점무늬병과 역병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만큼 주의를 당부했다.
문의 제주도 농업기술원 760-7553.

고영진 기자